도그마(dogma)에 대하여

도그마(dogma)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거나, 더 이상 토론하지 않으려는 절대적인 신념이나 교리를 의미한다. 도그마는 의심이나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신념이다. 귀를 닫아버리고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것이다. 내가 믿는게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해서 어떤 반박도 못 들어오게 막아버리는 고집스러운 믿음이다. 때문에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는 반면 비판적 사고나 다른 관점을 아예 배제해버리는 위험도 공존한다.

도그마(dogma)는 원래 그리스어 δόγμα(dógma)에서 유래했으며, 그리스 철학자들이 ‘어떤 이론이나 신념을 가리킬 때’ 사용되던 단어다. δόγμα 자체는 ‘의견(opinion)’, ‘판단(judgment)’, 또는 ‘선언(decree)’ 같은 의미를 가졌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 한명이 “이 방법이 옳아! 이게 진리야!”라고 선언했을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걸 똑같이 받아들여서 “저 사람 말이 맞아!” 라고 믿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도그마였다. 이후 도그마는 로마시대로 넘어오면서 라틴어 dogma로 표기되기 시작했고, 기독교 시대를 거쳐 dogma = ‘공식적인 교리’라는 의미로 자리잡았다.

과거 유럽 중세시대는 카톨릭 기독교 중심사회였기 때문에 종교의 교리가 곧 도그마였다. 신의 존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절대적인 진리였다. 그런데 종교전쟁, 100년전쟁, 흑사병(페스트) 등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자 도그마가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종교시대가 저물고 계몽주의가 열리며 과학적인 태도가 현 인류의 주류적 태도이자 갖춰야할 기본적인 소양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그전까지 종교는 도그마 그 자체였다.

도그마는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현대와 같이 종교가 정치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결탁되지도 못한 사회에서 도그마에 빠져 있다는 말은 곧 “저 사람은 토론도 안하고 자기 믿음만 절대적으로 고집하네” 라는 식의 자기독단적인 사람들을 비판하는 의미로 쓰인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성경이 모든것을 해석해준다는 종교주의자들과 특정 정당이 집권하면 마치 나라가 천지개벽할거라고 믿는사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그들을 외부자 관점에서 비판하는 즉, 도그마는 ‘외부 비판’으로 쓰인다.

그들은 왜 더 이상 질문하고 토론하고 의심하지 않는가? 어떤 신비한 마법의 책(성경)에 적힌 말은 뭘 해도 절대 틀리지 않는다고 믿는 그룹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들은 “우리는 이 책이 옳다고 확신해!” 라고 주장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랬을때 그 그룹 밖에 있는 사람들이 “어? 저기는 책에 적힌 내용이 이상해도 전혀 의심도 안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해볼 기회도 없나봐?” 라고 생각할수 있지 않을까? 만약 외부 사람들이 그 그룹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녕 잘못된 생각인걸까?

우리는 모든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함으로써 극적인 진일보를 이뤄낸 시대에 살고 있다. 현대 과학은 인류의 지적산물까지도 컴퓨터가 대신해줄수 있는(인공지능 AI) 시대를 이끌어 냈다. 그런 과학은 계속해서 또 다른 질문을 하고 의심한다. 즉 과학적인 태도는 비(非) 도그마적 태도인것이다. 이런 과학적인 태도야 말로 최신인류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그것은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세계가 어떤 정신과 자세에서 잉태되고 발현되었는지 한번 되뇌어봄으로써, 그리고 과거 인류가 구축해놓은 세계와 비교해봄으로써 극명하게 대조되어 나타난다.

스스로에게 지금 한번 물어보라. “난 유일하게도 아직 도그마에 빠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디에이치리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