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법에 대한 생각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는 화자가 남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수 있도록 하는데 알고 있는 지식이다. 따라서 언어연구는 인간 마음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언어란 인간에게만 고유한것이라서 인간의 언어를 연구하여 인간을 동물로부터 구별짓는 본질적 특성을 밝힐수 있을것이다.

촘스키는 인간을 동물과 구별짓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바로 언어라고 여겼다. 비록 동물들도 의사소통 체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이 체계의 어떤것도 인간의 언어만큼 풍부하고 다기능적이지 못하다는것이다.

문법이란?

언어에 관한 모든 지식을 개별 언어의 ‘문법’이라 한다.

  • 단어가 어떻게 발음이 되는지
  • 단어들이 어떤식으로 결합되어 문장을 형성하는지
  • 형성된 문장이 어떤뜻을 갖는지

문법이란 모국어화자의 실제 언어능력을 언어학자가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일종의 ‘모형’이다. 문법은 넓은 의미에서 발음에 대한 정보(음운론), 형태소가 모여 어떻게 단어가 이뤄지는가 대한 정보(형태론), 단어들이 모여 어떻게 문장을 이루는지에 대한 정보(통사론), 그리고 이렇게 이뤄진 문장이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대한 정보(의미론) 총 4가지를 말한다.

보편문법

이러한 문법/언어 능력은 어떻게 생겨나는것일까? 언어학자 촘스키는 인간은 언어능력을 타고났다며 이를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 을 갖고 태어난것이라 하였다. 촘스키는 우리주변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언어들은 모두 하나의 근원에 관한 변이형일뿐이지, 그 특성들의 대부분은 선천적으로 주어진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보편문법이라 하는데 보편문법은 인간이 태어난 이후 신체적으로 누구든지 잠재되어 있는 언어설계도면만 있는 상태, 어떠한 언어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배우는 개별언어의 저변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원리체계라고 하였다. 촘스키(Chomsky)는 언어능력을 물고기부터 원숭이까지, 원숭이부터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돌연변이에 의하여 획득한 유전적 능력으로 본다.

촘스키는 모든 인간의 언어능력은 지능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유하는 능력이라 하였다.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하는것 이상의 것들을 무한히 습득한다. 언어습득은 어린시절에 자신이 들은것을 단순히 모방하는것 그 이상이다. 언어경험만으로는 모국어를 습득할수 없고, 언어습득의 대부분은 이미 우리의 유전자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보편문법’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촘스키는 인지기능을 바탕으로한 또 하나의 신체기관이라 하였다. 유전자에 의해 언어능력이 발현된다면 운동능력이 근육섬유 비율이라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작동원리를 갖는것처럼 언어능력도 신체 어느곳에서부터 작동될수 있다. 이것은 교통사고로 인해 뇌를 다친 사람이 ‘실어증’에 걸리는 사례로부터 입증된다. 따라서 모국어화자가 갖고 있는 언어지식은 인간의 뇌 속 어느 부분인가에 자리잡고 있을수 있는데, 최근 뇌과학에 대한 큰 관심은 이러한 매커니즘과 연결된것이다.

언어능력의 기능적 특성들은 몸이 자라듯이 신체발달의 일부로 성장하는것으로 보는것이 더 적절하다. 시각체계와 마찬가지로 언어능력의 구체적인 특성들을 결정하기 위해서 촉발경험이 필요하지만, 언어능력에 대하여 우리가 발견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이미 내재된것이라고 할수 있다.

촘스키는 그렇다면 이 내재된것들은 어떤식으로든 유전적 물질에 암호화 되어야 하며, 이러한 정보가 게놈에 직접 암호화되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어쨋든 생득적이며 인간 언어능력은 소화기관, 배설기관 등과 같은 신체의 다른 기관과 유사하게 별도의 모듈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Competence(요구되는 일에 대한 능숙함), Performance(요구되는것을 수행하는)

한편, 개별언어의 지식에 대한 능숙함과 수행능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Competence Vs Performance) 술에 취해서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엉망으로 하는경우 수행능력이 떨어진것이지 능숙함이 문제가 된것은 아니다. 또한 마음이 급해 말을 너무 빨리하여 문법관계가 맞지 않는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또한 그들이 자신의 언어에 대해 올바른 언어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행능력은 피곤함, 지루함, 술취함, 약물중독 등과 같은 여러가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유발될수 있기 때문에 언어학자는 언어능력 즉, 개별언어의 지식을 어떻게 능숙하게 취득하는지를 규명하는것이 주요목표가 된다.

인간의 언어발달과정

  1. 유전적으로 타고난 언어능력(보편문법)
  2. 외부 언어자료(언어경험)
  3. 모든 생물과 만물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일반원리(효율적 연산 원리)

인간의 언어능력은 언어경험이라는 촉발자가 없다면 인간은 언어를 습득할수 없다. 언어능력도 외부의 촉발경험이 제 때 주어져야 비로소 온전한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수 있다. 따라서 언어발달과정은 노력을 동반하는 학습과정이 아니라 신체발달과 같이 정해진 길을 따라 이뤄지는것이다.

언어이론은 표면적으로 언어현상과 그 현상을 설명하는 문법이론만 딱 맞아 떨어지는것으로는 만족할수 없고, 더 나아가 문법이론의 존재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언어연구는 관념론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유전물질에 대한 조사이며, 보이지 않는 신체기관에 대한 탐구이다.


추상(抽象) – 뽑을 (추), 형상 (상)

‘추상’은 여러가지 사물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형상화해서 뽑아내는 작업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는 이러한 추상되어 고유의 뜻과 개념이 존재하는것이고, 우리가 언어를 통해 소통할때 이 추상된 공통속성 즉, 개념을 공유함으로써 의미를 주고받을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의사소통 가능한 이유이다.

만약 남에게 뭔가 설명을 하거나 설득을 해야 한다면 이러한 공통속성인 개념을 잘 전달해야 한다. 개념이 속하지 않은 설명은 그 누구도 이해할수가 없다. 개념이 없는 언어는 뜻과 의미를 전달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대방도 결코 알아들을수 없다. 그것은 사회성없는 독단적인 언어다. 언어는 사회성을 띄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언어의 개념은 변화할수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의 ‘무기’와 천년전의 ‘무기’는 개념이 크게 다르다. 언어는 이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끊임없는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론 불역성, 장기적으론 가역성의 성격을 띈다.

  • 분절성: 연속된 세계를 나누어 표현하는 성질
  • 개방성: 새로운 개념이나 문장을 계속 만들어낼수 있는 열린 성질
  • 추상성: 실제 사물에서 공통 개념만을 뽑아내는 과정을 거치는 성질
  • 사회성: 사물과 말소리 관계를 멋대로 바꿀수 없는 성질 (불역성)
  • 역사성: 사물과 말소리의 관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뀔수 있는 성질 (가역성)
  • 자의성: 사물과 말소리의 관계가 제멋대로인 성질
  • 언어는 다음과 같이 6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한편, 언어는 분절성이라는 특성도 있다. 혹시 2023년 12월 31일 23:59시와 2024년 1월 1일 00:01시의 차이는 무엇인가? 실제의 세계에서 이 사이에는 아무런 경계가 없다는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인간이 언어를 통해 세상을 분절해두었다. 그로인해 우리는 이 시간간격에서 어떤 경계를 느끼게 되고 의미를 부여한다. 마치 한 해가 지난것처럼 생각한다. 이것은 인간이 언어로 분절해 놓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것이 아니라 새로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수 있는 열린 체계라는 점에서 ‘개방성’을 띈다. 이로인해 무수한 단어와 문장이 새로이 생겨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어떻게 나누며, 또 나눈것들 사이의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언어를 통해 축적된 인간의 사고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디에이치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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